음반 산업은 아직도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중들을 다시 대중음악계로 끌어올 기폭제가 절실한 때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주요한 통로인 방송사 연말 가요 시상식이 음악성이 아닌 방송사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04년 3사 가요대상을 휩쓴 이효리는 성공적인 ‘문화 아이콘’이었지만 음반 판매량과 가창력에서 ‘인정받는 가수’는 아니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권위를 잃은 시상식에 가수들은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끊임없이 제기돼 온 ‘가요 시상식 무용론’은 지난 2006년, MBC와 KBS의 시상식 폐지로 이어졌고 SBS도 폐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상의 폐지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KBS가 폐지를 ‘발전적 해체’라고 표현했듯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전환이다.

본래 대중문화상은 전문가적 권위를 바탕으로 ‘꼭 듣거나 봐야 할 작품’ 등을 선정해 대중에게 전하는 기능을 한다. 상을 통해 알려진 좋은 작품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으면 양질의 작품 생산을 촉진시켜 대중문화 전반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

▲ 시상식에서 우리는 항상 예술성과 대중성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일러스트=김차리>

최근 몇 년 간, 대중음악계에서는 권위를 상실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존의 상들을 비판하며 ‘대안적 시상식’들이 등장했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은 ‘한국 대중음악상’은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를 표방한다. 대중음악계의 평론가, 기자, PD, 학자 등 3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철저히 음반을 중심으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 심사 때 선정위원 간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음악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공정성을 기하며, 네티즌 투표도 20% 반영된다. 선정위원장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음악적 권위로 인정받는 상을 만들어 음악인들에게는 음악을 하는 모티브를 주고 대중들에게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시상 분야를 24개로 나눠 장르별 세분화와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클래지콰이, 두 번째 달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가수들이 대상을 받아 그 의미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작품성을 중시하는 경우 대중성이 떨어지기 쉽고, 대중성이 떨어지면 관심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대중음악상의 후보나 수상자들은 비주류 가수들이 많아 ‘한국 대중’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후보를 선정하는데 주류, 비주류를 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류 가수들이 적은 것은 오히려 한국대중음악이 처한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은 ‘한국 대중 음악상’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비록 어려움이 있지만 대중음악상은 회를 거듭하며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예술성’을 인정받는 자리로, 몇몇 진지한 팬들에게는 ‘들을만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 한국연예인제작사협회(협회장=안정태, 이하 연제협)는 올해 말부터 통합시상식인 ‘코리아 뮤직 어워드’를 열 계획이다. 연제협은 “한류의 중심인 한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제협 역시 그래미 어워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코리아 뮤직 어워드’는 기존 시상식과 차별화된 권위 있는 시상식을 만든다는 계획 아래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연제협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객관성에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제협의 김명수 과장은 “음악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상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평론가는 “코리아 뮤직어워드가 공정성을 유지한다면 대중성 있는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악계의 움직임에 반해 다른 장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음악계와 더불어 대중문화계의 한 축인 영화계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주류 영화와 비주류 영화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좋은 작품이지만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서, 저예산이어서, 배급이 열악해서 대중의 눈이 닿지 못한 곳에서 작품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대종상, 청룡상 등은 ‘특색 없는 인기상’에 머무르고 있다. 시상식은 사라져 가는 좋은 작품을 끌어올리는 무대가 아니라 대중에게 인정받은 영화에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무대에 불과해졌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시상식도 있지만 영화계의 바람직한 흐름을 제시할 만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대중문화산업은 시상식이 스타들의 패션쇼나 성공한 대중문화계 인사들의 자화자찬 잔치 이상이 돼야함을 인식해야 한다”며 “소멸돼 가는 대중문화상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 시상식이 예술성과 진정성의 실종을 지적 받는 대중문화의 고심을 풀어내는 하나의 명쾌한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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