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가 스포츠라고?”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체스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면서 게임도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보통 스포츠 하면 축구나 농구, 배구 등 동(動)적인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이 스포츠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스포츠는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운동들이 혼합돼 새로운 운동으로 탈바꿈하거나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과 같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들도 있다.

▲ "왜 맨날 게임만 하냐구? 이건 게임이 아니야"

과거에 스포츠는 ‘주로 경쟁적인 신체 활동이 규칙화된 형태’라는 좁은 의미를 가리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락이나 놀이, 게임’으로 범주가 넓어지면서 신종 스포츠가 등장했다. 이를 뉴 스포츠(New Sports)라고 부른다.

뉴 스포츠는 그 경기 방식이 다양하고 세분화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퓨전(fusion)과 하이브리드(hybrid), 크로스오버(crossover) 요소가 가미된 것이 뉴 스포츠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는 복싱 기술을 바탕으로 태권도나 유도, 무에타이 등 각종 격투기 종목이 혼합된 종합격투기에서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또, 뉴 스포츠는 기존의 신체적인 운동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까지 스포츠의 영역으로 인정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대근육 뿐만 아니라 미세근육의 움직임도 신체활동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바둑이나 체스처럼 손으로 말만 움직이는 종목이나 e-sports(electronic sports)와 같이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한 게임도 스포츠의 범주로 들어온 것이다. 바둑은 체스에 앞서 지난 해 5월 대한체육회가 준(準) 가맹단체 ‘스포츠바둑’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더불어 스카이다이빙이나 윈드서핑처럼 ‘인공’보다는 ‘자연’을 이용하는 종목도 꾸준히 스포츠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또한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혼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개인화되기도 하며 마니아를 지향한 ‘맞춤형’ 스포츠도 뉴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프리러닝과 같은 종목은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마니아들이 생겨나 스포츠로 발전중인 대표적인 예다.

본교 류태호(사범대 체육교육과)교수는 “가치가 다양해지고 개인적 만족감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스포츠가 변형되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뉴 스포츠는 장소나 시설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와 도전을 통한 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러스트 김차리
‘바둑을 두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최근에는 바둑과 같은 두뇌형 게임 종목이 ‘두뇌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정신적 활동도 운동 종목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스포츠 개념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두뇌스포츠에는 △바둑 △오셀로 △체스 △장기 등 40여 가지가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국내에서 개최하는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MSO) 등의 두뇌 스포츠 관련 대회도 열렸다.

사실 국내에서는 ‘두뇌 스포츠’라는 말을 바둑의 비유적 명칭 정도로 사용해 왔다. 이는 바둑이 두뇌스포츠의 속성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은 돈이나 다른 외적 보상 없이 그 자체로 두뇌를 이용해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일본의 도호쿠대학 가와시마 류우타 교수는 뇌와 바둑의 관련성을 실험해, 바둑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MSO)는 한국에서 이런 ‘두뇌 게임’을 ‘스포츠’로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는 대회다. 지난 1999년 7월부터 개최됐으며 참가자 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바둑과 장기, 체스 등이다. 향후 인터넷을 활용한 아시아 대회 창설도 계획 중이다.

한편, 고스톱이나 카드게임을 두뇌스포츠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이들은 두뇌를 쓰기는 하지만 게임의 내용이 경기하는 사람의 기술능력보다 운에 더 좌우되고, 일종의 도박이라는 점에서 두뇌스포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사단법인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 임동근 회장은 “2, 30년 전에는 고스톱도 도박이었지만 현재는 오락으로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며 “두뇌게임에 건전성을 갖춘다면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두뇌스포츠”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두뇌스포츠는 두뇌를 사용하는 게임 중에서 경기자의 기술능력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건전성을 갖춰야하는 경기인 것이다.

e-sports는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을 비롯해 각종 PC게임과 가정용 비디오게임인 콘솔게임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의 게임관련 분야를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IT기술이 발달해 온라인·네트워크 게임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아이들의 놀이였던 e-sports는 현재 게임 산업의 팽창과 함께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새로운 문화로 정착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 e-sports협회(회장=김신배)인 Kespa와 기업게임단이 생겨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프로리그가 운영되는 등 규모면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두터운 팬 층도 갖고 있는데, 특히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은 일반 연예인 못잖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e-sports는 정식 체육 종목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만을 조작해 경기를 펼치는 종목을 왜 스포츠로 포함해야 하는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espa측에서는 “e-sports는 멘탈 스포츠(Mental Sports)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그로 인해 향후 국제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스포츠의 범주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에는 스포츠가 아니었던 것들도 뉴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조화까지도 스포츠로 인정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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