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주제는 인간이고 가장 큰 요점은 감동을 자아내는 데에 있다. 현재 시는 사회 변동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에 시인들은 문명이 발달하고 시대가 변해도 감동이라는 문학의 목적은 변치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현대시의 경향은 ‘서정에서 현실로’다. 이전 시대의 시가 서정적이거나 특정 이념을 중심으로 쓰였다면, 이제는 각 시인의 개성이 시 속에 드러나며 동시대 젊은 시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전통 △관습 △타자(他者) 지향에서 멀어지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탈(脫)서정’과 ‘환상성’, ‘개인주의’ 등 21세기 들어 새롭게 떠오른 젊은 시인들의 경향성을 통칭하는 용어로 미래파가 등장했다. 미래파 시인들은 탈 서정이 21세기를 선도할 미래파적 표상이라고 주장하며 전통 서정을 고수하는 시인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봐 이쯔이, 거울 밖의 네 얼굴은 꼭 내 얼굴 같구나/우리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지만/단 한 번의 키스도 나눌 수 없어/이제부터 나는 기다란 수염을 달고/아무런 화면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2000년대 젊은 미래파 시인들의 새로운 시 경향을 대표하는 황병승 시인의 시 <버찌의 계절>의 일부다. 작품 속에서는 거울의 안과 밖이 대화하는 듯한 초현실주의적 환상과 함께 동성애를 암시하는 듯한 싯구가 전개된다. 이 같은 21세기 이후의 시에는 자유로움과 파격적인 신선함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파 시의 경향을 모두가 좋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거친 표현의 등장을 두고 ‘언어의 격을 낮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일부 작품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근래의 미래파 시들은 독자와의 소통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고려하기 보다는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중들은 이런 시에 대해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억지로 만든 시라는 느낌을 받기 쉽다. 또한 ‘놀라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시 속의 자연스러움이 부족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래파 시인들은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에는 색다른 독해법으로 소통되리라 예상한다.

이에 대해 문정희 시인은 “최근 작가들의 초현실주의적인 경향과 같은 형식으로는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며 “소위 ‘새롭다’는 시에 좀 더 적합하고 적절한 언어로 현실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이들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진통을 겪다가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문학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지난 해 우리 사회의 화두는 인문학의 위기였다. 인문학의 핵심은 문학이고, 문학의 중심에 시가 있다. 그런데 물질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정신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인문학이 위기를 맞았다. 이 속에서 시의 위기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세영 한국시인협회장은 "시도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시가 시대의 필요에 걸맞게 거듭나고자 진통을 겪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현재의 과도기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미래에 다시 태어날 시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