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를 하는 사람들, 촛불 들고 침묵시위를 하는 사람들, 대치중인 전경에게 물을 건네는 시위자. ‘배려가 있는 주장이 아름답습니다’. 이는 최근 방영된 ‘배려와 주장’이란 공익광고의 내용이다. 광고 방영 이후 시청자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한 네티즌은 ‘정말 아름답다. 꽤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들은 ‘말 안 듣는 국민을 을러매고 옳아맬 수단으로 사용했던 전두환 시절 공익광고의 뉘앙스다’, ‘아름답긴 한데,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다면 애당초 거리로 나서지도 않았을텐데’라고 소감을 말했다.

공익광고는 좁은 의미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주관해 만드는 광고를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KOBACO와 정부 행정당국에서 만드는 공익적 메시지를 지닌 광고를 뜻한다.

그러나 ‘공익’이란 있을 수 있을까? <공익광고의 은밀한 폭력> 저자 김종찬 씨는 “공적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며 “현대 사회에는 이익집단이 있을 뿐, 모두가 좋다는 식의 공익은 없다”고 밝혔다.

‘배려와 주장’ 편은 다양한 이익집단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준 대표적인 공익광고의 사례다. ‘배려와 주장’ 편은 ‘촛불 시위와 삼보일배를 하는 게 바르고 공익적인 시위’라고 말한다. 즉, ‘자신들의 주장을 과도하게 표현하는 시위 같은 것은 배려가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광고의 방영 시기엔 현대자동차와 이랜드 파업 농성이 있었다. 공익광고팀 박용훈 씨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보여주는 한 방법일 뿐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효규(동국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파업 시기에 그 공익광고를 방영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제작 공익광고도 마찬가지다.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위원회에서 제작한 한미FTA 광고는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선 한미FTA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역으로 이 광고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잘되길 싫어한다’라고 은연중에 말하는 것이다. 또한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제작한 광고는 ‘조건부 방송가’ 판정을 받아 제때 방영되지도 못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측은 “정부에서 제작한 광고는 공익광고란 이유로 검열을 받지 않았는데 시민단체에서 제작한 광고는 검열을 받고 방송도 제대로 못했다”며 “국가측에서 제도적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하반기 한미FTA 광고비로 총 38억 17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듯 큰돈을 들여 제작하는 공익광고는 그 효과도 의심스럽다. 김지연(여·22)씨는 “출산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며 “개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을 받아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양윤(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공익광고 접촉률이 낮은 상황에서 효과를 찾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와 달리 미국이나 유렵은 공익광고의 제작 주체가 정부가 아니다. 주로 자발적 봉사단체나 각 이익집단에서 광고를 제작하는 구조다. 또한 외국의 공익광고는 ‘다양한 이익 중 내가 홍보하는 이 이익이 더욱 우리를 살기 좋게 만들 것이다’란 것을 강조하는 캠페인적 성향을 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에서 1998년부터 시행한 ‘갓 밀크(Got milk)’ 캠페인이 있다. ‘갓 밀크’ 캠페인은 ‘우유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캠페인은 미국의 우유 가공업자들과 낙농장 농부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것이다. ‘갓 밀크’ 캠페인은 ‘건강’이란 공익성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이익집단의 ‘이익’까지 보장한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김효규 교수는 “현대 사회에선 공익의 기준도 애매하고 국민 의식을 바꾸기 위해 광고로서 ‘강요’하는 것도 효과가 없다”며 “광고를 통해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보여주고 국민이 그 가치에 대해 ‘선택’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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