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함 전쟁.’ 이번에 중앙도서관 사물함을 신청했지만 당첨되지 못한 김윤형(사범대 교육 05)씨는 “벌써 네 번째”라며 아쉬워했다. 몇몇 학생들은 중앙광장 휴게실에 조그만 간이 사물함을 놓고 사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학생사물함이 최대 10만원까지 암거래가 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교 사물함 현황이 어떻기에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걸까.

본교의 사물함은 총 세 종류로 나뉜다. 학교 측에서 관리하는 공동사물함(△중앙광장 △우당교양관 △중앙도서관 △하나스퀘어 △과학도서관)과 단대별 사물함, 그리고 과별로 있는 사물함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교에 있는 총 사물함 수는 15978개로, 총 재학생 수 17746명에 비해 1768개가 적다.(조사 일시:2007년 11월 26일, 자료제공:학생지원부) 전체 사물함 경쟁률은 1:1.1으로, 암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계속해서 사물함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간의 사물함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물함이 필요한 장소는 전공수업을 듣는 건물이나 열람실이 근처다. 전공수업을 듣는 건물 근처의 단대나 과 사물함의 경우 별로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단대 학생회장은 “소속 단과대의 사물함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열람실 근처에 있는 △중앙광장 △중앙도서관 △하나스퀘어 △과학도서관의 지난학기 평균 경쟁률은 1:1.6이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학기 경쟁률이 1:2.6에 달했다. 또한 열람실이 많은 편에 속하는 백주년기념관에는 사물함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물론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가 직접 사물함을 만들어 관리할 정도로 사물함부족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는 학교에서 관리하는 사물함이 2300여개인 반면, 본교에서 직접 관리하는 사물함은 5300여개다. 또 백주년기념관에 대해서는 “설계 시 사물함설치를 고려했지만, 소음문제를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사물함을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부족한 공동사물함에 대한 대안으로 사물함 비밀번호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단과대 사물함을 사용하고 있는 김진호(문과대 사학 06)씨는 “단과대 사물함은 비밀번호로 되어 있어 친구들과 공용하기 쉽다”며 “공동사물함도 비밀번호제를 사용한다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격도 열쇠제도가 더 비싸지만 보안문제를 고려해 일부로 열쇠제도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복사용 또한 사물함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공동사물함의 신청은 포털에서 이루어져 중복신청을 방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단대 사물함이나 과 사물함은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신청을 받게 돼 있다. 공동사물함과 단대 사물함의 관리 주체가 달라서 공동사물함에 당첨이 되고도 단대나 과 사물함을 함께 사용하는 학생들이 생긴다.

본지는 이미 지난 1473호(2004년 3월 14일)에서 사물함 중복사용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총학 측은 “보다 많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중도관 △우당교양관 △과학도서관 등의 사물함 당첨자 명단을 각 단대 학생회에 넘겨 사물함 신청자들이 중복 당첨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총학 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찬 안암부총학회장은 “각 단과대의 자율에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대 학생회 측 역시 특별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경영대나 생명대 학생회 등은 “중복사용자가 있다 해도 단대의 사물함은 별로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대 학생회 측은 “공동사물함은 법대 학생회의 책임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굳이 나서서 관여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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