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일 학교 오던 길에 들러 투표를 했더니 도우미 분께서 투표 확인증이란 걸 나에게 건넸다. 총선일 전까지 투표 확인증이란 걸 자세히 몰랐던 나는 해상도가 낮은 원더걸스가 박혀있는, 공공기관 시설을 이용할 경우 2000원 할인해 준다는 그 티켓을 보고 벙찐 기분이었다.

어찌됐던 투표 후 학교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대후문 게시판에서 ‘2000원 할인’을 또 발견한 거 아닌가. ‘비정기 고연전에 오시면 입실렌티 공연 티켓을 2000원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에서였다. 얼마나 비정기 고연전에 사람이 없으면 이런 에누리까지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점점 공동체적인 행사에 흥미를 잃어가는 걸까? 투표율은 점점 떨어지고 비정기 고연전에 가는 학생들도 점점 사라진다. ‘왜 안해?’ 혹은 ‘왜 안가?’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귀찮아’다. 그럼 왜 귀찮은 걸까? 그 이유는 투표와 비정기 고연전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을 주는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투표를 해도 정치는 나와는 먼 일 같으니까 시시하고, 비정기 고연전을 응원해도 내 에너지만 소비할 뿐이니까’라는 생각. 아마 투표 확인증을 만든 사람들도, 응원단도 이와 비슷한 결론을 이끌어내고 결국엔 2000원 할인이라는 이익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자 하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면 직접적인 이익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는 우리들과, 우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너무 작고 빤히 보이는 이익을 제시하는 쪽 모두 안타깝다. 2000원 할인이 이번에 별로 먹히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럼 다음에는 3000원 할인권을 제시하게 될까? 그렇다면 사람들 마음이 동하려나? ‘귀찮은’ 사람들이 원하는 이익과 ‘유혹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아직까진 먼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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