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연예인의 열애 기사가 많이 보인다. 연초나 연말에 한두 개 나올 법한 열애설들이 한 주에 한 번씩은 나오는 듯하다. 그럴 때면 또 어디서 연예계 스캔들로 덮어야 할 사건 사고가 터진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예인의 연애 사실은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다. 2001년 보이그룹 ‘god’의 멤버 박준형이 배우 한고은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후 소속사가 곧바로 박준형의 퇴출을 결정한 사건이 있다. god는 당시 잘 나가던 아이돌이었고 연애에 엄격했던 사회 통념상 그의 열애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는 개조 인간들이 사는 미래 세계를 그린 SF물이다. 목에 USB 단자가 달려 있어 칩을 삽입하면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남자는 ‘쿵푸 칩’을 목에 넣자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쿵푸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몸에 기계를 이식하는 사람도 많다. 데이비드는 척추를 적출한 후 군용 기계 장치인 ‘산데비스탄’을 이식했고, 마치 시간을 멈춘 것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주인공의 동료들도 팔에 총을 이식하거나 손이나 입에 기계를
배드민턴이 질려 테니스를 배우러 가던 날, 누군가 그랬다. "MZ들이 그런 운동 많이 한다더라." 밤샐 때마다 마시는 녹차가 떨어져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을 때도 누가 그랬다. "MZ들이 차를 그렇게 좋아한다며?" 할머니 집에 있던 약과를 아메리카노와 먹고 있을 때도 그랬다. "MZ들이 약과에 미친다더라."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MZ가 안 하는 건 뭘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인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개념의 탄생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선 우후죽순으로 이 단어를 사
“형은 어떤 사람이 제일 싫어?” 한 달 전, 신문사에서 일하던 중 옆에 앉아 있던 동료 기자들이 뜬금없이 내게 건넨 질문이다. “당연한 걸 설명해 줘야 하는 사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사실 신문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요즘 들어 ‘왜’, ‘아니’를 시작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지인으로서, 동료로서, 선배로서, 부장으로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를 요청하면 “그걸 제가 왜요? 그렇게 하기 싫은데요?”, 혹은 말을 끊으며 “아니.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죠.”
판다는 자연 번식이 어려운 종이다. 그런데 무려 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는 임신 소식부터 출산, 육아 모습이 모두 공개되며 우리 국민의 격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푸바오가 만 네 살이 되는 올해 중국으로 떠난다. ‘용인 푸씨’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한국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3월 3일을 끝으로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새벽부터 수천 명이 줄을 서고, 판다 월드 앞에서 곧 떠나는 푸바오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한다. 단 5분이라도 보기 위해서.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푸바오가 한국에서
편집국에서 A 기자와 반도체 업계 불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난달 20일 일본의 기업인 도시바가 도쿄 증권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는 기사를 본 참이었다. 도시바는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던 굴지의 기업이다. 상장 폐지의 원인은 다양했다. 도시바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등 여러 이유가 제기됐다. 세계 시장에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근 15년 내 가장 낮은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는 기사도 눈에 들어왔다.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은 84.
‘병역 비리’는 연예계 남성 스타들의 오랜 고질병이자, 폐습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과거 대한민국을 흔든 병역 비리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티브 승준 유(유승준)’의 병역 비리 사건이다. 스티브 유가 LA 총영사를 상대로 한국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 지난달 30일 최종 승소했다. 그간 LA 총영사는 재외동포비자(F-4) 발급을 거부했으나 스티브 유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은 2010년 개정된 ‘구재외동포법 병역 규정’을 적용해 원심판결을 파기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만 38세를 넘었다면
외할아버지는 6.25 전쟁 참전용사셨다. 부상 때문에 한쪽 팔을 못 쓰셨다. 그 바람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고,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해 보내시다가 일찍 돌아가셨다. 당시까지만 해도 6.25 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외할머니는 8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시간이 흐르며 혜택이 하나둘 생겼고, 막내인 엄마가 대학에 다닐 땐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참전명예수당은 적고, 지자체 수당은 제각각이다. 현재 참전유공자 등록자 중 만 65세 이상인 사람은 국가보훈부로부터 월 39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지난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말한 이번 수능에서 육각형 연필을 굴린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칭찬이 걸린 시험에서 정말 풀리지 않는 마지막 한 문제를 연필 굴리기로 답안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답이 맞았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어버릴 수 없다. ‘운’은 연필 굴리며 얻어걸린 답처럼 어떤 인과관계도 설명할 수 없다. 운은 그저 하늘이 내린 선물일 뿐이지, 개인의 실력이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실력을 쌓을 순 있다. 사진을 찍다
최근 SNS, 미디어 플랫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했다. 생성형 AI란 기존 콘텐츠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AI가 지속해서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 노래의 보컬을 다른 인물의 목소리로 바꾸면서 실제 사람이 부른 것처럼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다양한 노래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료된 것이다. 최근 한 유튜버가 만든 AI 자작곡인 ‘너에게로(To You)’, ‘날 두고 떠나가지 마요(Falling Down)’란 곡은
뉴미디어가 판치는 세상이다. 뉴미디어 시대에 모든 신문쟁이의 고민은 아마 같을 것이다. 어떻게 시장에 넘쳐 나는 재밌는 콘텐츠와 경쟁할 수 있을까? 짧고 빠르게 전달하는 정보가 유행하는 시장에서 길고 무거운 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성대방송국에서 초대받아 대학언론이 노동 의제를 다루는 방식을 토의했다. 이들은 故 홍수연 양의 죽음을 계기로 마련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직촉법) 개정안’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그 일환으로 노동 문제를 다뤘던 여러 학보사 기자를 초청해 토론을 진행했다. 홍 양의 죽음은
“너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변명부터 하려고 해.” 고등학생 때 다닌 영어학원 원장님께 들은 짧은 충고 한마디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혼나거나 잘못한 것을 들킬 때면 심장이 빨리 뛰면서 귀가 뜨거워졌고 이를 숨기려 변명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부터 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도 하지 않고 말이다. 요즘 들어 이 ‘미안합니다’라는 단어가 나를 갉아 먹는 느낌이다. 내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바보가 됐다. 잘하던 변명
지난주 발행한 본지 1981호 ‘“세종캠 차별 멈춰라” vs “차별 의도 없었다”’ 기사에 내용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다. 차별 문제를 제기한 세종캠퍼스 측 의견은 추상적이고 적은 분량으로 서술한 데 비해 가해자로 지목된 서울캠퍼스 측 주장은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지적이었다. 우선 어떤 경우에도 사실 검증은 필수다. 언론 규범이 요구하는 소수자 대변은 그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소수자의 주장이라도 사실로 검증되지 않으면 기사로 내보낼 수 없다. 본지는 문제를 제기한 세종총학생회와 차별 가해자로 지목
지난 12일 멕시코 의회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호세 하이메 하우산은 2017년 페루 나스카 인근에서 ‘외계인 사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E.T.를 닮은 얼굴, 3개뿐인 손가락. 공개된 비인간 존재 시신 2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과 유사하다. 어쩐지 뻔해 보이는 외계 생명체는 신뢰가 가진 않지만 계속 바라보게 된다. 외계인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우주는 무한하기에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가 사는 곳이 수없이 많을 것이라 주장했다. 인간이 외계인에
‘흐름’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 어떻게 흐름을 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어느 순간 함께 하게 되는 것. 그게 흐름인 것 같다. 한 번 흐름을 타면 나도 모르게 목표에 한발 다가서고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다. 고연전 특별호를 준비하고 고연전을 취재하면서 ‘흐름’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조금 구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5개부 훈련장을 찾아가 고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사진 기획으로 담았다. 평소 보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을 접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선수들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 에너지를 피부로
언론사가 허위 사실을 기사에 싣거나 실수로 인명, 기관명 등을 잘못 적으면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 정정 보도는 대체로 신문 지면 모퉁이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적힌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1일 사보를 통해 과거 기사 정정삭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생활, 비즈니스, 사법처리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기사 정정, 삭제 방침을 정했다. 사보에선 최종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 기사는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기사 마지막에 ‘해당 사건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는 문구를 추가할 것이라 전했다. MB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부산에 있던 3개의 외국어고등학교 중 하나였다. 치열한 학구열과 뜻대로 나오지 않는 성적에 전전긍긍, 불평불만도 많았지만 나를 비롯한 학생들이 가진 애교심은 컸다. 2학년이 된 지 2달쯤 지났을까, 학생과 교사 모두가 강당에 소집됐다. 무대에 올라선 교장은 긴 서두 끝에 본심을 꺼냈다. “본교를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할 계획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교장은 미래를 선도하는 학교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잘 포장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따
이번 학기도 어느덧 마무리다. 고대신문을 하며 가장 값지게 배운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다. 타인의 행복,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보건정책관리학부라는 전공을 선택했지만, 모순되게도 타인과 깊이 있게 함께하는 것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좋든 싫든 2년을 쉼 없이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서로가 이해되지 않아 분노한 적도, 뒤늦게 서로가 이해된 적도. 가장 힘들 때 함께 울고, 희로애락을 배우고 체념을 배우고, 책임을 배웠다. 서로 깊은 관계를 맺을수록, 치열하게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서로 인정하며 스스로 존중할 수
5월 말의 봄은 무기력이 은밀히 퍼지는 시기다. 새해의 각오가 지금에 와서 유명무실해지지 않았는가? 이 무기력에 대항하는 것이 바로 ‘갓생살기’다. 일찍 일어나고, 자기계발서도 읽어보고, 성실하게 일과를 가득 채우면 마치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갓생살기가 무기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철학가 에리히 프롬은 무기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질적 목적을 위해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나’를 도구로 이용한다. 이 과
신문은 기록이다. 신문은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키보다 더 높이 쌓인다. 페이지를 넘겨볼 수 있고 발치에 놓인 면을 밟아 발자국을 남길 수도 있다. 1995년 상영된 를 봤다. 오래전 영화임에도 인공지능과 인간에 대한 매우 날카로운 지적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 “인간을 구분하는 건 고유의 기억”, “인간의 DNA 또한 자기 보존을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컴퓨터는 인간의 기억과 데이터를 외부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를 이루는 모든 걸 외부화한다. 컴퓨터는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