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혁 기획1부장
장우혁 기획1부장

 

  편집국에서 A 기자와 반도체 업계 불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난달 20일 일본의 기업인 도시바가 도쿄 증권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는 기사를 본 참이었다. 도시바는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던 굴지의 기업이다. 상장 폐지의 원인은 다양했다. 도시바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등 여러 이유가 제기됐다. 세계 시장에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근 15년 내 가장 낮은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는 기사도 눈에 들어왔다.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은 84.92% 줄었다. A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수출 중심 경제 체제를 갖춘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도시바의 전례를 밟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임직원들의 올해 성과급으로 넘어갔다. 나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이렇게 안 좋은데 임직원들 성과급도 못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삼성전자 성과급 체계는 사업 부문별 영업 이익에 따라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나뉜다. 특히 초과이익성과급은 최대 연간 기본급의 절반까지 책정되기도 하므로 연봉이 최대 3분의 1만큼 삭감당하는 것과 같았다.

  단순 해당 사업 부문의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전액이 삭감당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작년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주로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소비 위축 등에 주요한 영향을 받았는데, 그 책임을 온전히 실무에 종사하는 기술, 영업 직군의 직원들에게 묻는 것은 합리적 성과보상 체계라고 하기 힘들다 아니야?” 영남 사투리 섞인 A의 말. 지난 4분기 실적도 개선됐으며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인 상황이기에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방향이 옳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노동자가 받는 합리적인 보상과 복지는 업무 능률 향상 및 성과 개선에 영향을 준다. 임직원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어떤 임직원도 회사의 성공과 혁신을 위해 헌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뭐라고 삼성전자 임직원을 걱정하지?”

 

장우혁 기획1부장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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