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유학생들이 동아리 박람회 모금행사 부스 앞에서 일본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황세원 기자 one@)

야마다 마사후미 씨(일반대학원 교육행정 및 고등교육 석사과정·27세)는 자신의 발언차례가 오자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천천히 단상으로 나간 야마다 씨는 한마디, 한마디 힘줘 말했다.

“저는 한국어문화센터 소속 야마다 마사후미입니다. 오늘 11시부터 5시까지 민주광장에서 일본지진피해 모금활동을 합니다. 어젯밤 학생들과 밤늦게까지 준비했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6일(수) 오전 12시 김병철 총장이 마련한 일본 지진피해 관련 ‘위로의 점심’ 오찬에 참석한 일본인 유학생 110여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 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이재원 국제처장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다. 순간 인촌기념관 귀빈식당은 침묵에 빠졌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야마다 씨는 묵념을 하며 지금 이 시각 일본에 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사이타마에서 온 사에키 아이(문과대 일문·22세) 씨는 일본에서 지진이 났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뉴스를 보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다행히 가족들과 친구들은 무사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도쿄 치바에서 온 키야키타 아스카(24세·여) 씨도 걱정과 혼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에게 얘기를 들으면서도 선뜻 믿지 못했다. “식료품 부족, 정전된 병원 등이 가장 문제래요. 원전 방사능 유출로 위험해진 후쿠시마에 친구가 사는데 연락이 안 닿고 있어요”

같은 날 중앙광장에서는 일본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모금행사가 열렸다. 마침 동아리 박람회가 열리는 일정에 맞춰 부스도 마련했다. 오찬을 마치고 모금행사 부스로 온 야마다 씨가 부스 앞에서 소리쳤다. “니혼오 타스케테 구다사이!(일본을 도와주세요)” 옆에서는 코우케 마도카(여·20세) 씨가 모금함을 들고 돌아다녔다. 도쿄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지 일주일째인 그녀는 어설픈 한국말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춥네요” 아직 쌀쌀한 날씨 탓에 춥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모금운동을 그만 둘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지나가는 학생들도 간절한 외침 때문인지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야마다 씨는 본교와 함께 ‘고려대학교 동북지방 대지진 지원단체’를 만들어 일본 유학생들과 기금모금활동을 펼쳤다. “일본인 친구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하다가 광고를 만들어 모금을 하자고 결론이 났어요. 학생들끼리 모이는 것 보다는 학교 이름으로 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학교 측의 이름을 빌렸죠”라고 야마다 씨는 말한다.

기부에 동참한 이들은 하나 둘 늘어났다. 한 남학생이 조금은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모금함에 돈을 넣는다. 백동윤(미디어 10)씨는 “평소 신문에서 일본지진사태에 대해 읽으면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데 날이 추운데도 일본 학생들이 모금을 하고 있어 기꺼이 기부했다”고 말했다. 부스에 있는 한 일본인 유학생은 “오늘은 동아리 박람회 부스에 자리를 잡아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줬다”며 밝게 웃었다.

16일, 17일 이틀 동안 동아리 박람회 부스에서 모금활동을 진행한 일본인 유학생들은 이달 31일까지 교내 강의실을 돌며 모금운동을 펼치고 모은 금액을 4월 초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일본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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