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따뜻한 봄 날씨였던 지난 31일(목), 학생들은 삼삼오오 비상학생총회(비상총회)를 찾았다. 그들의 얼굴에선 투쟁에 임한다는 ‘비장함’은 보이지 않았다. 총회 준비단이 나눠 준 노란 풍선을 든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자 중앙광장은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중앙광장에 설치한 앰프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총회를 시작하기로 했던 오후 2시 경, 각 단과대 깃발은 많았지만 모인 학생은 아직 별로 없다. 간호대 깃발 아래에는 학생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깃발을 들고 있던 이선일(간호대 간호11) 씨는 “자세한 총회 안건은 모르지만,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했어요. 간호대의 처우도 개선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깃발이 무거워 보였지만 비상총회에 대한 기대 덕분인지 표정은 밝았다. 평소 이런 자리에 나온 적이 없다는 송인홍(의과대 의예10) 씨는 “의과대는 2학년만 올라가도 바빠서 참여를 잘 못했는데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모이자는 말을 듣고 참여했어요”라고 말했다.

총회 준비단은 노란색 노끈으로 공간을 만들어 총회에 참여한 학생의 수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아 있던 이현경(문과대 독문07) 씨는 총회에 참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혼자 왔는데 단과대 별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일단 지켜보는 중이에요. 어찌됐든 비상총회가 성사돼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걸 학교에 알렸으면 좋겠어요. 만약 오늘 인원수가 모자라 무산되면 다음에 명분이 안 설 거 아니에요” 이 씨는 친구들이 수업을 들으러 갔다고 했다. 총회 대신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지용(문과대 철학10) 씨는 “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학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보니 안 온 친구들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교수는 ‘비상총회에 참여해 총회에서 문제를 삼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느낀 점은 어떠한 지를 써내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활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문과대 한 학생은 “교수님이 과거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웠다고 말씀하셨다”며 “총회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옛날처럼 ‘투쟁’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학생들이 중앙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학교 직원들도 총회에 관심을 보였다. 몇몇 직원들이 본관 앞으로 나와 비상총회가 진행 중인 중앙광장을 바라봤다. 중앙광장 잔디에 떨어진 종이들을 줍는 직원도 있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언론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기자들도 노란 노끈으로 둘러싸인 중앙광장 주위를 맴돌았다.

2시 30분 경 분위기가 무르익자 미화노조 이영숙 분회장이 단상으로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미약하지만 미화노동자들은 학생들과 함께 할 겁니다. 힘내세요, 투쟁!” 펄럭이는 깃발들 사이로 ‘학교가 더러워도 참아주세요. 우리는 절박합니다’라는 말이 적힌 미화노조의 팻말이 보였다. 미화노조는 단상 앞 쪽에 모여 앉아 이날 학생들과 함께 했다.

심각한 단상 위의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단상 아래에서는 서로 사진을 찍는 학생, 끼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이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술게임을 하다가 과 학생회장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참석여부를 알 수 있는 비표를 든 학생들이 비상총회 노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한 과반 학생회장이 “갈 때 가더라도 정족수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 가라”며 몇몇 학생을 붙잡았다.

무대 위에서 사범대 동아리 비상의 공연이 이어졌다. 홍윤건(미디어10) 씨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평소 듣던 대중가요가 아닌 민중가요라 발걸음이 끌렸단다. “노랫소리에 이끌렸어요. 생활임금, 등록금 동결이라는 구호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광우병 사태 때 열렸던 촛불문화제가 생각나요”

3시 정각. 중앙광장에는 1400여명이 자리했다. 학생들은 100명이 남았다는 소리에 환호했다. 환호성에 누군가 놓쳐버렸는지 노란풍선 5개가 하늘 높이 날아갔다. 7분 뒤, 비상총회가 성사됐다.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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