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기형도(1960~1989)의 <질투는 나의 힘> 중 작가가 탄식처럼 써낸 시구다. 지나온 삶에 대한 기록을 해놓고 보니 그가 열정을 쏟고 몰두했던 염원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게 느껴진 듯하다. 과거의 자신이 무엇을 바랐기에 그 희망을 스스로 ‘질투’라 시인할까.

‘없는 게 메리트’인 젊은이가 목표로 삼은 이상(理想)은 역설적이게도 매우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그럴싸한 스펙을 쌓아 꾸민 이력서와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 궁극적으로는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는 경제적 여유.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희망들은 이미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친숙한 광경으로 이를 위한 치밀한 계획까지도 가능해 ‘장래에 대한 기대’라는 사전적 해석이 무색하다.

게다가 이런 목적들은 물질적인 성공이든 정신적인 깨달음이든 나와 남을 비교해야만 드러나는 결핍에서 발현되는 것들이다. 절대적인 ‘나’로부터 시작한 희망은 없으며 오히려 시기(猜忌)와 상대적인 박탈감 즉 질투가 우리 삶의 힘으로 승화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가 한 때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가게 해준 원동력도 돌이켜보면 일기장에 적기도 쑥스러운 열등감이었다. 요즘 내가 갈구하는 바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유치한 질투일 것이다.

시인은 그와 같은 고민을 할 청춘들을 위해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며 시를 마무리했다. 끊임없는 질투와 그에 대한 분별의 선순환을 격려하되 그 바탕은 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사랑에 두기를 바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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