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송민지 기자 ssong@

  서울 소재 보인고등학교(보인고)와 언남고등학교(언남고)는 고교 축구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보인고와 언남고 출신 선수들은 해마다 꾸준히 고려대와 연세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팀에서 라이벌로, 라이벌에서 팀으로 대학리그에서 만난다. 보인고 출신 선승우(사범대 체교10, MF), 명준재(사범대 체교13, FW) 선수와 언남고 출신 김수직(사범대 체교12, MF), 김원균(사범대 체교11, DF) 선수를 만나 고교선수 시절과 현재를 들어봤다.
두 고교 간 라이벌 의식의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교 의 경기 중 코치진 간 싸움이 발생해 감정이 격해졌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선승우 선수는 “선배들에게 이야기 를 전해 듣고 언남고전에서는 더 전투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언남고 와 보인고 전에서 거친 욕과 견제는 흔히 일어난다. 김원균 선수는 “보인고와의 경기에선 심판이 보지 않을 때 더 욕하고 거칠게 따라붙었다”고 회상했다. 
 선수들은 고려대의 ‘팀플레이’에 적격인 학교는 언남고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중시됐던 보인고와 달리 언남고는 감독, 지도 교사의 지도 하에 선수들이 뭉치는 모습을 보인다. 보인고 출신 선수는 언남고 방식에 가까운 고려대의 훈련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명준재 선수는 “입학 당시 고려대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전반기에 부진했다”며 “고교 시절부터 팀플레이에 적응해온 언남고 출신 선수들이 적응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수직 선수는 “팀플레이에 익숙한 언남고 출신 선수가 고려대 스타일에 조금 더 적합하다”며 “고려대 분위기에도 쉽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견제하던 라이벌 선수를 같은 팀, 그것도 선후배 관계로 만나면 껄끄럽지 않았을까. 김원균 선수는 고교 시절의 선승우 선수를 무뚝뚝한 선수로, 선승우 선수는 김원균 선수를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라고 회상했다. 김원균 선수는 “보인고에 패한 경기에서 선승우 선수가 날아다녔다”며 “말 붙이기 힘들었는데 좋은 선배더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같은 팀이었다가 연세대로 진학하며 라이벌이 된 선수도 있다. 함께 훈련한 선수다보니 서로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어 경기에 이를 이용할 때도 있다. 특히 ‘욱’하는 기질이 있는 선수는 일부러 ‘까기도’ 한다. 명준재 선수는 “최준기(연세대 13, CB) 선수와 고교 동창인데 역량이 뛰어나지만 다혈질”이라며 “라이벌이 되면서부터 그런 단점을 적극 활용한다(웃음)”고 말했다. 
 후배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선수들은 명준재 선수가 3학년이던 2012년까지만 해도 보인고가 우세했지만 지금은 언남고가 앞선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보인고 출신 선수들은 “누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며 후배들을 추켜세웠다. 객관적 강세라는 언남고 출신 선수들은 “언남이 지금 4관왕을 했다”며 은연 중 학교 자랑을 내비쳤다. 
 모교를 향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그들은 ‘출신 고교와 상관없이 이미 우리는 한 팀’이라고 했다. 정기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도 서로 맞추기라도 한 양 ‘완벽한 팀워크인 만큼 좋은 성적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연전에서 고려대의 조화로운 플레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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