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해서도 사교육의 끈을 놓지 못한 대학생이 많다.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더욱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서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이 대형화되면서 세부적인 커리큘럼에 대한 학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초·중․고 입시교육에서 점수만을 위한 공부가 대학에서 학점을 위한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어학원 다니는 어문학과 학생
  일부 어문계열 학생들은 전공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껴 어학원을 찾는다. 학생들은 전공수업의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개인과외를 받기도 한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문과대 서어서문학과 1학년 30여 명의 학생들은 다 함께 스페인어 어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최창윤(문과대 서문14) 씨는 “2학기 전공수업 준비와 학과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김시윤(문과대 서문14) 씨도 같은

▲ 일러스트 | 홍유리 전문기자
이유로 “재외국민이나 외고 출신 학생들과의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다”며 “학점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학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어문학과 학생들이 사교육을 수강하는 이유로 송상기 서어서문학과장은 학생들 간 수준 차이 문제를 꼽았다. 송상기 학과장은 “이미 졸업요구기준을 맞추고 입학하는 학생도 있다”며 “학생들 간의 실력 차이가 커서, 어학을 모르는 채로 입학한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영(본교·불어불문학) 강사는 “어학 수준의 정도가 학생마다 달라 기초수업 강의도 중상 난이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에 도움되는 ‘교양’ 수강은 기피
  송상기 학과장은 다중전공 시스템을 어문계열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본교는 다중전공을 필수로 이행해야 하기에 학생들이 전공학점을 채우기 바빠 기초과목 교양수업을 들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송상기 학과장은 “이중전공 같은 다중전공 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전공학점 취득에 우선순위를 두어 기초교양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어불문학과 황숙진 조교는 “전공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전공관련 교양기초수업은 학생들이 잘 수강하지 않아 폐강이 자주 된다”고 말했다.
인강으로 보충하는 이공계생

  이공계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을 고객층으로 한 대부분의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대학수학, 정수론, 전자기학 등의 이공계열 전공수업을 다루고 있을 정도로 이공계생의 사교육 수요가 많다. 본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수리통계학 인강(인터넷 강의) 같이 수강할 사람 있나요? 혼자 듣기엔 너무 가격이 부담스러워서요”와 같은 강의 공유에 대한 게시물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안수명(공과대 전기전자11) 씨는 전공 수업 물리학을 이해하기 힘들어 인터넷강의를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물리학 자체도 어려운데 강의마저 영어로 진행돼 어쩔 수 없이 동기들과 함께 사교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공수업 만큼은 학내에서 해결해야

  재학생 학부모 윤종옥(여·48) 씨는 “전공수업을 위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서도 학원을 또 보내야했다”며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본교 교수개발센터는 KUPT(Korea University Peer Tutoring)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희 교수개발센터 연구원은 “학생들이 KUPT를 잘 활용한다면 사교육 수강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UPT 프로그램은 전공과목 A학점 이상의 학생들을 모집해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신청 받아 튜터링으로 진행 하는 학내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교수개발센터측은 학생의 참여율이 낮아 한 학기에 30여명의 정도의 튜터들 만이 활동한다고 밝혔다. 현재 KUPT 튜터로 활동 중인 김선웅(공과대 산업경영12) 씨는 “메일전송이나 포탈에 한줄 공지된 현재 방식으로는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참여 학생이 적은 것 같다”며 “전공 기초를 튜터와 함께 공부하는 것은 사교육을 대체할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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