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캠퍼스 과기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이하 전자정보공학과)의 학과 회장 김00(과기대 전자정보09) 씨가 과 학생회비 1500여만 원을 횡령했다. 학생회비 총 2200만 원은 전자정보공학과 학생 약 112명이 과 학생회비와 과 잠바 구매를 위해 개인당 20만 원씩 김 씨에게 전달한 금액이다. 이에 김 씨에 대한 공청회가 11월 25일 제1 과학기술관 강당에서 열렸다. 그는 △학생회비 횡령 △독단적인 학생회 운영 △학과 잠바 거짓 신청 등 공금횡령의 모든 부분을 인정하고 공청회에 참석했다. 공청회에는 200여 명의 학생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개인 목적으로 공금사용
  김 씨는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쿠플존’ 게시판을 통해 개인적인 용도로 학생회비 일부를 사용했다고 자수했다. 학과 학생회비 총 2240만 원 중 학과행사에 577만 3230원을 사용했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개인 목적으로 사용해 929원만이 통장에 잔액으로 남았다. 김 씨는 △개인적인 회식 △술자리 △통신요금 △쇼핑 등으로 공금을 사용했다. 공금을 노래주점에서 사용한 점과 현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 김 씨는 “비싼 술을 마셨다”며 “현금을 인출해 사용했지만 어디에 썼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에게 지급해야 할 학과 잠바구매 사업도 진행하지 않았다. 김 씨는 잠바구매를 위한 돈을 학생에게서 받았지만, 학과 잠바구매를 매번 미뤘고, 신입생과 부회장에게는 잠바의 질에 대한 업체 측과의 논의가 늦어진다고 변명했다. 김남권 전자정보공학과 부회장은 “학과 잠바 구매가 계속해서 미뤄져 업체의 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전화해본 업체는 학생회장이 미리 섭외해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정보공학과 14학번의 한 학생은 “학과생활을 위해 지불한 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 너무나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학생회비 구경도 못 해
  공청회에선 1500만 원이 학과 회장이 단독으로 썼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액수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공청회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이라고 보기엔 너무 많다”며 “단독으로 사용한 것이 맞는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김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생회비를 함께 사용한 학생을 감싸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는 계속됐다.

  김남권 전자정보공학과 부회장은 “학과회장은 모든 공지사항을 집행부 내의 회의와 소통, 또는 공지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학생회 안에 학생회비를 관리하는 총무와 회계담당은 없었다”며 “학생회비 전액을 학생회장이 모두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학과 ‘학생회비’ 회계 보고 시스템 미비
  개별 학과 학생회비의 경우 투명한 관리와 그 사용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에서 회계보고는 △총학생회 △단과대 △기구학생회(총여학생회, 총 예비역회)만 보고하며, 단과대 운영위원회에서도 학과 학생회비의 회계보고 절차는 없다. 정동훈 과기대 학생회장은 “학과 회계보고는 각 학과에서 진행된다”며 “과에서 자체적으로 걷는 학생회비는 학과 회장 통장으로 입금돼 단과대 차원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전자정보공학과는 자체 규율에 의한 학과 단위 회계보고마저도 진행하지 않았다. 김남권 부회장은 “회계보고를 학과회장에게 요청했으나 매번 미뤘다”고 말했다. 1학기부터 요청한 회계보고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씨는 “학생회비를 내 돈인 마냥 착각하고 사용했다”며 “사용한 금액을 공개하기 두려워 회계보고 시기를 늦춰가며 결국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과 학생회비 사용과 관련해 김일중(공공행정10) 씨는 “공공행정학부는 학생회에 총무국이 있고 총무국에서 모든 회계를 일괄 처리한다”며 “모든 회비 사용은 기록이 남는 카드결제를 이용하며 영수증을 모은다”고 말했다.

 징계위원회 회부 될 예정
  현재 전자정보공학과는 신입생에게 학생회비를 환불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학생회비를 김 씨에게 지불한 112명의 학생 중 군 복무 중인 학생과 휴학생 등을 제외하고 94명의 학생에게 학생회비 전액을 20만 원씩 돌려준 상태다. 환불한 금액은 김 씨의 개인 돈을 이용했다.
환불 절차가 완료되면 해당 학과에서 김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할 예정이다. 서성규 전자정보공학과 학과장은 “학생회비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 학교 측에도 보고가 된 상태다”며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학장은 “학생회 활동 중 일어난 사건으로 교수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학과장으로서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정의롭고 투명한 학생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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