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0대와 50대 성인 남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간경변증과 간암이다. B형간염은 국내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간경변증과 간암에 의한 사망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2년 여름 A가 친구인 B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A는 수년 전 친구인 B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고 그 이후로 B형간염에 걸려 가정도 파탄이 나고 직장문제로 고생을 하였다는 유서를 남겼다. 결국 술잔을 통해 친구로부터 간염이 옮았다고 확신을 하고 친구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살인극을 벌였던 것이다.

이는 B형간염의 전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부른 대표적인 사건이다. B형간염은 바이러스를 입으로 먹어서는 거의 감염되지 않는 질환이다. 또한 A가 B로부터 감염되어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B형간염에 걸린 후에 만성으로 진행할 확률은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신생아가 감염을 받으면 약 90%이상에서 만성화되지만 성인에서 감염되면 대부분 회복되므로 그 만성화율은 1% 미만이기 때문이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돼 만성화되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실제 보균자란 용어는 세균 보유자를 의미하므로 잘못된 표현임)가 되는데 그 이후 환자의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다만 바이러스만 가지고 있을 뿐 간기능은 정상으로 유지되는데 이런 사람을 건강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 한다. 일부 환자는 간의 염증이 지속되는데 이를 만성 간염이라 하며 염증이 심하게 장기간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또한 이중 일부 환자에서는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한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는 경우에 따라 직장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 바이러스 보유자나 경미한 염증만 있는 경우에는 사회 활동을 하는데 정상인과 차이가 없다.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염병예방법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이유로 취업 제한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 채용 시에는 간기능 수치가 정상인 경우는 취업이 가능하다. 일반 사기업 중 이를 적용하는 기업이 있으나 상당수의 기업은 전염의 가능성, 취업 후 생산력 저하의 우려, 그리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문제 등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채용에 아직도 소극적인 편이다.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수가 전체 인구의 약 5∼6%인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이들이 취업할 수 없어 실업자가 된다면 국가적 손실도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격리 대상이 아니며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며 접촉하고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감염되는 질환도 아니다.

또한  최근에는 B형간염 치료에 효과적인 라미부딘, 아데포비어 등 항바이러스제가 사용 중에 있어 과거보다 치료결과가 월등히 향상되었다. 현재 다수의 신약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는 더 치료가 용이해 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들 환자의 취업 후 생산력 감소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관수(의과대 의학과 교수, 간질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