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만 석유 개발 가능성 커

북한 광업 내·외부 문제 고질적

“협력이 곧 무조건 지원 아냐”

 

제3발표자로 나선 유인창 교수가 북한의 석유자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3발표자로 나선 유인창 교수가 북한의 석유자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원장=남성욱 교수)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반도 통일 대비 광물자원 확보 및 남북 협력 방안’ 심포지엄이 지난달 18일 고려대 메디힐지구환경관 유임순홀에서 열렸다. 김해란(의학과 59학번) 교우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선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통일 후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광물자원에 섣부른 기대 금물

  지난해 북한에서 발표한 광물자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철 매장량은 50% 품위 기준 50억톤이다. 그러나 발표자들은 북한의 자료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선규(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는 “채광하는 철광석의 품위에 따라 매장량은 다르게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품위는 광물의 금속 함유량에 따라 매겨지는데 북한에선 저품위의 광물까지 매장량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호주의 고품위 *호상철광상에서 철이 35억톤 생산되는데 면적이 훨씬 작은 북한에서 50억톤이 생산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며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저품위 철광석을 효과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호주 지형연구원의 2013년 자료를 통해 북한의 광물자원 잠재성이 아시아에서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지질학적 광물자원 잠재성, 광물자원, 광물 사업 발전 현황은 중간 정도다. 고 연구원은 “광산의 깊은 굴착과 무질서한 개발로 망간, 니켈, 희토류 등 희유금속자원을 목표치의 20%만 생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석유는 상대적으로 잠재성이 높다. 유인창(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2011년 평안북도와 황해북도 사이의 서한만 근처에서 배사구조를 발견했다. 배사구조는 암석이 지구 내부 압력을 받아 볼록하게 솟아오른 지형으로, 흔히 유전이 형성된다. 유 교수는 2018년 독일 킬 대학과 함께 배사구조 지하에 일반 암석과 달리 밀도가 낮아 유전으로 추정되는 지층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유 교수는 “면적이 좁은 만큼 외국자본의 투자 가능성이 작아 우리나라가 주도해 협력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작더라도 유의미한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한반도 유전 탐색과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 시 광업 구조 개편 필요

  북한의 현 광업 정책 문제로는 대북 제재에 취약한 수출 문제와 환경·안전 문제가 거론됐다. 임윤구 한국광해광업공단 탐사지원처 차장은 “북한은 자립경제를 위해 연료·원료의 국내 조달에만 주력했지만, 김정은 정권부터 자원개발과 수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6년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가 강화되고 코로나19를 겪으며 북한의 수출은 2016년 15억달러에서 2022년 1억달러 이하로 급감했다. 

  박충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원협력 전문위원은 “지난해 북·중 광산물 무역액은 2013년 대비 96.9% 감소했다”며 “현재 북한의 광산물은 싼값에 중국에 밀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마그네시아와 흑연은 기존에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중국으로 수출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남한의 마그네시아 평균 수입가격은 북한 수출가격의 2.6배, 흑연의 수입가격은 북한 수출가격의 10.5배였다. 박충환 위원은 “정부에서 발표한 **‘담대한 구상’처럼, 북한에 식량이나 영농 자재를 공급하고 북한의 광산물을 제값에 사는 교환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 광업은 인력 고용과 생산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효율적 경영과 난개발로 인한 환경·안전 문제도 유발하고 있다. 임윤구 차장은 북한 순천시의 석탄 분진 사진을 제시하며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우라늄 광산을 성공적으로 개편한 사례를 참고해 한반도 통일 시에도 단계적 광업개편과 광해복구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중·러 등 제3국과 협력도

  토론에선 통일 전후를 구분해 단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이상민 통일부 기획조정실장은 “통일 이전엔 광산물 교역이 최선이며 통일 이후엔 우리 기술을 현지 인력과 자원에 잘 접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지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경제협력은 조건 없는 지원과 구분돼야 한다”며 “사업위험도가 높은 광물자원 탐사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철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도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상모 책임연구원은 “북한에 다가가려면 외곽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몽골과의 외교 강화를 제안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엘렌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은 “평소 관심 있었지만 현실적 한계로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없었던 주제”라며 “강연이 연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융합연구원은 지난달 16일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외교부 및 주한미국대사관과 ‘한·미 북한인권대사와 청년 간 대화’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행사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줄리 터너(Julie Turner)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참여해 청년들과 북한 인권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남성욱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에 통일융합연구원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호상철광상: 띠 모양의 철광층.

  **담대한 구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

 

글 | 나윤서 기자 nays@

사진 | 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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