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후·민광 흡연구역 폐쇄

법적 공백으로 단속 어려워

과도 앞 흡연부스 12월 설치 예정

 

서울총학이 암묵적 흡연구역을 폐쇄한 후,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늘어났다.
서울총학이 암묵적 흡연구역을 폐쇄한 후,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늘어났다.

 

  서울총학생회(회장=박성근, 서울총학)는 지난달 2일 정경대 후문과 민주광장 등나무 밑 암묵적 흡연구역을 공식적으로 폐쇄했다. 간접흡연 최소화를 위해 지정된 대체 흡연구역은 국제관과 타이거플라자 사이 골목이다. 그러나 백주년기념관, 미디어관 등에서의 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10월 말까지 설치될 예정이던 과학도서관 앞 흡연부스도 학생참여예산의 집행 연기로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학생지원팀은 12월 중 흡연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후·민광 금연, 대체로 만족

  암묵적 흡연구역이던 정경대 후문과 민주광장 등나무 밑 흡연 금지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두 장소 모두 유동 인구가 많아 비흡연자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병우(정보대 컴퓨터20) 씨는 “평소 정경대 후문 앞을 지날 때마다 간접흡연 때문에 불편했다”며 “흡연구역 폐쇄 후 담배 냄새를 맡지 않게 돼 다행”이라 말했다.

 

정경대후문은 지난달 2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정경대후문은 지난달 2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총학 권리복지국은 흡연구역 폐쇄 후 매일 민주광장과 정경대 후문을 순찰하며 흡연자들을 국제관과 타이거플라자 사이 대체 흡연구역으로 안내했다. 이승민 권리복지국장은 “순찰 첫 주엔 하루에 약 10명씩 단속했으나 금연 현수막이 설치된 둘째 주 이후엔 하루 최대 3명 정도만 단속했다”며 “날씨가 추워져 지금은 단속을 멈춘 상황”이라 전했다. 

정경대 22학번인 A씨는 흡연구역 개편 후 대체 흡연구역을 이용하고 있다. A씨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게 불편하지만 간접흡연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괜찮다”고 전했다. 흡연구역 폐쇄가 금연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알리나(공과대 기계23) 씨는 “평소 담배를 피우던 민주광장이 폐쇄된 후 아예 흡연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암묵적 흡연구역 관리 안 돼

  흡연구역 개편 영향으로 미디어관, 백주년기념관, 신공학관 등 암묵적 흡연구역의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 미디어관 앞에서 흡연하던 이현제(문과대 철학18) 씨는 “금연 장소인 것은 알고 있으나 다들 담배를 피우길래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준호(경영대 경영16) 씨 역시 “다들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피우니 나도 가끔 피운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무분별하게 흡연이 이뤄지는 상황은 개선돼야 하지만, 흡연자들이 스스로 주의하며 한적한 곳에서 흡연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흡연자들은 흡연부스의 불편함을 꼽기도 했다. 평소 하나은행 옆 주차장에서 흡연하는 김세진(문과대 영문17) 씨는 “중앙광장에 흡연부스가 있는 건 알지만 옷에 냄새가 밸까 봐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7호에 의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교사(校舍)는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이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캠퍼스 내 실외 부지는 개별 건물을 의미하는 교사에 속하지 않아 흡연 가능 여부가 불명확하다. 이에 많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흡연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는 중앙광장과 과학도서관 뒤에 폐쇄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구역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2곳 모두 관리 부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 과학도서관 뒤 흡연부스는 환기 시설이 고장 났지만 보수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승민 국장은 “학교도 관리 주체를 몰라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관리 주체도 불명확

  교내 흡연구역 관리는 공식적으로 청소·환경미화를 담당하는 경영지원팀의 몫이다. 경영지원팀은 “교내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이해관계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쓰레기통 주변을 흡연 장소로 인식하는 관행이 있어 민원이 들어오면 쓰레기통의 위치를 조정하거나 필요시 건물관리자가 안내와 계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실외 구역에 대해 단순 환경미화 차원에서 더 엄중한 단속을 하기는 어렵다. 

  각 건물에 주재하는 단과대와 학교기관 행정실도 흡연구역의 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 미디어관 행정실은 “따로 흡연구역을 관리하는 부서가 없고, 민원이 있으면 행정팀으로 접수된다”며 “아직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백주년기념관을 공동 사용하는 도서관과 박물관 측도 “건물 내 흡연은 단속해도 건물 외부는 관리 담당이 아니다”고 밝혔다. 공과대 행정실은 “3년 정도 전에 신공학관 앞 개방형 흡연부스를 설치한 후엔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진 않다”며 “건물 앞 흡연에 대한 민원이 간혹 들어오기도 하나, 금연구역 표지판 앞에서도 흡연하는 사람들을 단속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교내 금연교육 캠페인 외에는 캠퍼스 내 흡연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북구 보건소 건강증진팀은 “건물 내 단속에 참여할 수 있어도 그 외 구역에 대해 단속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2달 넘게 예산 집행 미뤄져

 

12월 중 흡연부스 설치 예정인 과학도서관 앞에서 한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12월 중 흡연부스 설치 예정인 과학도서관 앞에서 한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총학이 8월 16일부터 약속한 과학도서관 앞 흡연부스 설치와 정경대 후문 테라스 조성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학생참여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참여예산제는 학생회 사업에 학교 예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승민 권리복지국장은 “흡연부스 설치가 확정된 후 두 달간 집행이 미뤄지고 있지만, 집행권이 학교에 있어 총학이 어찌할 방도가 없다”며 “필요한 비품 품목을 정리해 학생지원팀에 전달했으나 아직 진행되지 않아 간이 의자와 테이블만 갖다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김효현 학생지원팀 주임은 “정기고연전 준비와 사무 처리로 늦어졌고 현재 학교 추경예산 편성 시기와 맞물려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부스 공사는 12월 초에 시작돼 12월 중순 완료될 것”이라 전했다.

 

글 | 나윤서 기자 nays@

사진 | 염가은 기자 7rrlo@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