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월 19일까지 정부·지자체에 365건의 빈대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108건이 실제 빈대로 확인됐다.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빈대 의심 게시글이 쏟아졌다. 빈대 포비아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정부는 지난 21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응회의’를 개최하고 11월 13일부터 4주간 ‘빈대 집중 점검 및 방제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빈대 방제법과 예방법을 알리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고려대 안전관리팀도 서울시 지침에 따라 지난 18일과 19일 서울캠퍼스에서 방역 활동을 진행했다. 교내에서 빈대를 발견할 경우 서울캠퍼스는 안전관리팀(02-3290-2764), 세종캠퍼스는 학생생활지원팀(044-860-1855~6)으로 신고하면 된다.


 

해외여행 증가가 빈대 확산 원인

가정에서 빈대 퇴치 불가능

규조토는 인체에도 해로워

 

  대한민국은 빈대 공포에 떨고 있다. 1960~70년대 빈대 특효약으로 알려졌던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살포로 기존의 ‘빈대(Cimex lectularius)’는 국내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최근 논란이 된 빈대는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로 DDT가 생물농축 문제로 사용이 금지된 후 살충제로 사용되고 있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잘 죽지 않는다.

  이시혁(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현재 가정에서 빈대를 퇴치할 방법은 없다”며 “더 효율적인 살충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 빈대 증가 원인은

  “코로나로 3년간 제한됐던 해외여행이 폭증하면서 빈대가 확산한 것 같습니다. 빈대가 기존 ‘피레스로이드(Pyrethroid)’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이며 개체 수가 증가하기도 했고요. 빈대 밀도가 높아져 소지품에 붙어서 이동할 확률도 늘어났고, 코로나 종식으로 해외 이동이 폭증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퍼진 거죠. 빈대는 질병을 옮기지 않지만 한번 물면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해요. 빈대에 물려본 사람은 빈대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면 공포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입니다.

  과거 국내에서 나타났던 빈대는 주로 온대 지방에 서식하지만, 반날개빈대는 열대·아열대 지방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확산은 반날개빈대가 서식하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유입이 증가한 결과라 봅니다. 이 빈대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동안 널리 사용된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이며 개체 수가 늘었습니다. 충분한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거죠. 저항성 빈대에 효과적인 새로운 살충제를 방역 현장에 긴급 투입해야 합니다. 지난 10일 환경부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 승인했어요. 일단 피레스로이드 저항성 빈대를 퇴치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더 효율적인 살충제가 필요한 시점이라 관련 연구가 시급한데, 빈대 연구 인프라와 지원이 미약합니다.”

 

  - 규조토로 빈대를 퇴치한다는 얘기도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규조토 분말이 굉장히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곤충의 피부에 있는 큐티클에 생채기를 낼 수 있죠. 피부에 생채기가 나면 곤충의 수분이 그쪽으로 빠져나갑니다. 곤충의 생존 전략은 자기 몸속에 들어있는 수분을 보존하는 겁니다. 수분을 조금만 잃어버려도 죽을 수 있거든요. 문제는 곤충 한 마리가 생채기로 죽는 과정이 일주일 이상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규조토가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에 좋지 않습니다. 특히 아기가 있는 집에선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됩니다. 규조토보다 안전한 실리카(silicon dioxide) 분말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두 분말 모두 살충 속도가 느려 빈대가 많은 경우에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결국 규조토나 실리카를 이용한 물리적 방제법을 써도 약제를 통한 화학적 방법과 병행해야 합니다. 효과가 신속한 살충제 사용과 병행하면 1~2년 이상 방제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요. 

  안타깝지만 현재 가정에서 스스로 빈대를 퇴치할 방법은 없습니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 방제에 쓰이는 살충제는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서 가정용으로 허가됐지만 우리가 빈대 퇴치에 쓰려고 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나 ‘페닐피라졸(Phenylpyrazole)’ 계통 살충제를 가정용으로 쓰기엔 시기상조입니다.”

 

  - 기후변화가 해충 개체 수를 늘리나

  “사실 실내 해충인 빈대나 바퀴벌레는 기후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실내는 겨울철에도 온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반도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간 1.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후가 반날개빈대의 서식 환경과 비슷해졌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기후 환경이 고온다습하게 변화했으니 반날개빈대가 증가할 수 있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외 해충 증가입니다. 온대 지방에 서식하는 대다수 곤충에게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 해충 증가를 억제하는 장벽입니다. 하지만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월동(越冬) 개체들의 생존 확률이 올라가 개체 수가 늘어나고 서식 범위가 넓어집니다. 겨울철에 모기들은 대부분 동면에 들어가고 절대다수가 얼어 죽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따뜻해지면 95% 죽던 모기가 90%밖에 죽지 않으니 다음해에 더 많은 개체가 나타나죠. 주택가 주변 녹지환경의 파괴는 말벌류 같은 곤충의 피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서초구 등 서울 경계 지역의 숲이 개발되며 말벌 서식처가 좁아졌고, 그 말벌들이 주택가로 자꾸 들어와서 119 출동 건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해요.

  해충이 증가하면 인간의 피해는 당연히 늘어날 거예요. 정부 차원에서 해충 증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규살충제 발굴과 서식처 관리 등 해충밀도 감소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어려우니 경각심을 갖고 해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 정세연 기자 yonseij@

사진제공 | 이시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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