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28%로 개표 못해

연장 조건 부재한 세칙

코로나19 전 연장 사례 없어

 

지난달 8일 서울총학 선거 연장투표에 대한 제14차 중선관위 회의가 고려대 4.18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투표 기간 연장에 대한 재심의가 이뤄졌으나 무산됐다.
지난달 8일 서울총학 선거 연장투표에 대한 제14차 중선관위 회의가 고려대 4.18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투표 기간 연장에 대한 재심의가 이뤄졌으나 무산됐다.

 

  제54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지난달 8일 재심의 끝에 최종 무산됐다. 최종 투표율은 27.99%로 유효 투표율인 33.33%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6일 제13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지민, 중선관위) 회의에서 투표 연장이 부결되자 선거운동본부 ‘나날(정후보=김서영)’은 △온라인 투표 오류 △홍보물 배치 지연 △투표 독려 이벤트 취소 △오프라인 투표소 축소 △최근 연장 투표 선례 △충분한 잔여 예산을 근거로 중선관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지난달 8일 제14차 중선관위 회의에서 연장이 재차 논의됐지만 찬성 10표, 반대 9표, 기권 0표로 중선관위원 3분의 2에 미달해 최종 부결됐다. 선거 무산으로 중앙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임현)가 구성됐고 재선거는 오는 3월 진행된다.

 

  투표 플랫폼 오류, 선거 홍보 지적

  선본 나날은 온라인 투표 플랫폼 ‘유니보트’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가 참정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신현제 선거운동본부장은 제14차 회의에서 “학우 명단이 선거인 명부에 정상적으로 등록됐지만 투표 화면까지 연결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나날은 투표 1일 차인 지난달 4일 해당 오류를 중선관위에 전달했다. 중선관위는 같은날 오후 학과 단톡방과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투표 2일 차 정오까지 오류를 수합했다. 나날은 “오류 수합 후 해결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며 “제53대 서울총학 재선거 때와 같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중선관위원 의견은 엇갈렸다. 김응제 경영대 비대위장은 “투표소를 축소하는 등 온라인에 집중한 선거이기에 유니보트 오류는 참정권을 더욱 제한했다”고 말했다. 반면 송유진 전 문과대 학생회장은 “제53대 서울총학 재선거에서는 유권자 명단 누락이 참정권을 확실히 침해했기에 연장한 것”이라며 “이번 오류는 서버 장애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근 7년간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 3일차 투표율
최근 7년간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 3일차 투표율

 

재심의 끝에 개표 못한 서울총학 선거

 

  유니보트 측은 이번 선거 중 서버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지민 전 중선관위장도 “유니보트로 투표권자를 인증해 진행하는 오프라인 투표에선 해당 오류가 없었다”고 전했다.

  선본 나날은 중선관위의 선거 홍보가 부족했다고도 주장했다. 선거시행세칙 제9조 2호는 중선관위 사무에 총학생회장단 선거 홍보를 포함한다. 김서영 정후보는 “역대 선거와 타교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 홍보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 말했다. 현수막 설치와 실물 정책자료집 배포가 선거운동 기간 총 9일 중 5일 차인 수요일에 진행됐다. 김 후보는 “금요일부터 교내 유동 인구가 적음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이었다”며 “인쇄소 실수로 정책자료집이 목요일 이후 재배치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희원 전 국제대 학생회장은 “중선관위는 수요일부터 자료집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 선본에 사전 전달했고 온라인 정책자료집은 약속했던 월요일에 공개됐다”며 “오히려 오프라인 투표소, 플랑 현수막 등 눈에 띄는 홍보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고영빈(사범대 역교23) 씨도 “캠퍼스 곳곳의 보라색 선거 홍보 현수막이 눈에 잘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선거 연장은 중선관위에 달려

  선거시행세칙 제65조 2항은 최종 투표율이 정회원 3분의 1을 넘지 않으면 중선관위가 투표 기간을 2일 범위 내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승우(공과대 건축사회환경22) 씨는 “명확한 조건이 없어 연장 여부가 전적으로 중선관위 재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모호한 세칙이 논의를 지나치게 확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정혁 전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선본과 중선관위원, 학생의 생각이 모두 달라 현행 세칙은 과도할 정도로 논의의 범위를 키운다”며 “선거 전 선본과 선관위가 연장 조건을 합의하는 등 세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선관위는 코로나19 이전 투표율이 33.33%를 넘지 않은 선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집중했다. 김응제 경영대 비대위장은 “코로나19 이전 선거 투표율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회의의 주된 논의였다”고 언급했다. 2017년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현행 세칙이 개정된 후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까지 서울총학 선거가 연장된 사례는 없다. 2017년과 2018년에 시행된 선거는 모두 유효 투표율을 넘겼으며, 2019년에 실시된 제52대 서울총학 선거는 22.18%의 투표율로 연장하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와 달리 경선이었다. 다만, 2022년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53대 서울총학 재선거는 3일 차 투표율 26.82%로 연장한 바 있다. 이지민 전 중선관위장은 “정확하게 적용할 선례가 없어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제14차 회의에서 진행된 투표 기간 연장에 관한 찬반토론에서는 4번의 찬성 의견이 나올 동안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김희원(공과대 전기전자17) 씨는 “단 한 명의 위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며 “무기명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은 학우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서영 정후보는 “투표 연장을 반대하는 명확한 논리가 드러나지 않은 채 산회됐다”며 “후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글|하수민·김동현 기자 press@

사진|하동근 기자 hdnggn@

인포그래픽|은서연 기자 silver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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