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선망하던 회사였고 그 친구가 얼마나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했는지 알기에 아깝다고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자기는 글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원래 그 업무가 글 쓰는 업무임은 친구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듣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 이유가 다인가?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던 중, 예전에 본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이 떠올렸다. 일본어로 이키는 을 뜻하고, 가이는 가치를 뜻한다. 의역하면 사는 보람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크게 1. 좋아하는 일, 2. 잘하는 일, 3. 돈 되는 일, 4. 세상에 필요한 일의 네 가지 영역을 나누고 네 가지 영역(편의상 1~4로 쓰기로 한다)의 공통 영역인 이키가이를 찾기 위한 표다. 1과 2의 공통 영역은 취미, 2와 3의 공통 영역은 직업(돈을 벌기 위한), 3과 4의 공통 영역은 소명의식(召命意識), 1과 4의 공통 영역은 사명감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더 세분된다. 1과 3의 공통 영역에서 2가 제외되면 불안하고 4가 제외되면 쓸모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2와 4의 공통 영역에서 1이 제외되면 공허하고 3이 제외되면 가난하게 된다.

  3과 4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직업의 두 문자까지 따서 줄 세우곤 한다. 이에 대한 비판적 담론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적어도 이키가이 측면에서 3과 4를 찾는 수고를 덜어준다고 볼 수 있겠다.

  남은 1과 2는 내가 찾아야 한다. 적성을 찾는 과정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을 늘리는 과정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한 과정이거나, 적어도 싫어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 소거시키는 과정이다.

  ‘줄 세워진일 중에서 1과 2가 제외될 때, 공허함과 불안함 속에 살게 되고 운이 좋아 맨 앞줄에 서게 되더라도 강한 소명의식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 3과 4 말고는 취급도 안 하는 분위기 속에서 친구는 맨 앞줄을 쟁취했다.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적성을 찾는 효용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 경험과 성찰을 통해 누군가는 불안함으로부터 잘하는 일을 찾고 공허함으로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키가이에 이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친구는 공허했나 보다.

 

<he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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