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연 취재부장
 정세연 취재부장

 

  ○···호형들, 두 가지 무(無)의 그림자가 캠퍼스에 드리웠소. 하나는 ‘무관심’이란 그림자요. 이 그림자는 하도 오래돼서 더 이상 진부하오. 

  지난주 서울총학생회장단 재선거 공청회도 그랬소. 그날 과학도서관 대강당에는 누구든 정적을 깨주길 기다리는 사회자, 경쟁자 없는 후보, 기자와 촬영 스태프만이 자리를 채웠소. 공청회 2부가 그렇게 기억에 남더군. 중선관위장이 현장 질의를 받기 시작하자 잠시간 공청회장에 정적이 드리웠소. 질문을 던질 호형이 한 명도 없어 기자들이 1부 때 쓰고 남은 질문을 마저 소진해야 했소. 화면으로 지켜보는 호형도 20명이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하오. 이제, 아니 이미 무관심은 예사요. 견제의 시대가 저물었으니, 이제는 자정(自淨)에 의지해야 하오.

  ○···다른 하나는 새로운 그림자요. 그 이름은 ‘무전공’이오. 이 그림자는 드리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비(是非)를 가리기 어렵소. 

  세종캠퍼스는 무전공 확대에 명운을 걸고 있소. 무전공 선발을 늘리는 지방 대학은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상에 들 수 있고, 앞으로 다섯 해에 걸쳐 최대 1000억원을 받는다고 하오. 내 듣기로 한 회계법인도 이리 충고했소. “댁들은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상에 들어야만 앞날을 도모할 수 있을 거요.” 교육부도 “돈줄 끊기기 싫은 대학은 혁신하라”고 요구하고 있소. 그런데 괜찮겠소? 그것이 혁신의 길인지, 독배를 들이키는 행위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려. 어쩌면 앞선 그림자보다 곱절은 어두울지도 모르겠소.

 

정세연 취재부장 yonse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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