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후 5시20분 몽고메리 카운티 아스펜힐 지역의 한 상점 유리창에 총격이 가해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오후 6시04분, 같은 카운티 실버스프링에 거주하는 제임스 D. 마틴이 휘튼의 한 식료품점 주차장 앞에서 피격, 사망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연쇄 피격 사건이 이어졌다. 밤낮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나 죽이는 이 연쇄 살인사건에서 총 12명이 피격을 당했고 그 중 9명이 사망했다.

당시 워싱턴에 있는 한 친구는 이번 연쇄 살인사건 동안을 ‘아주 무서운 3주’였다고 표현한다. 누가 다음에 죽을지 예측할 수 없고 그것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장 안전하다던 미국은 어느새 불안해서 집 앞에도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나라가 돼 있다.

또한, 그 친구는 그래도 워싱턴DC 안에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했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도시 안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아 범인이 도망가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해결됐다고 한다. 또 다시 일상은 계속되니까.

워싱턴 피격 사건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번 사건을 9·11 사태 이후 두 번째로 테러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 각지의 언론 보도는 사건을 은근히 테러와 연관지어 보도하기 일쑤였다. 범인이 밝혀진 이후, 현지에서는 거의 그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범인과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을 찾아내는 일에만 급급했다.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제외한 현지인들에게 이번 워싱턴 총격사건은 일반인에 의해 일어난 일이었다. 더구나 전문가들도 정서 파탄, 정체성 혼란, 애정결핍, 반사회적 이상 성격에 의한 일이라 봤으므로 주의는 끌었지만 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도둑질을 하다 잡힌 사건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세간의 관심은 전쟁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큰 타격이 있을 것에만 집중돼 있다. 학내 운동 단체들은 테러, 폭발, 전쟁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지난 9․11 사태 이후 이전보다 더 자주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경계 강화로 이어진다.

이곳 저곳에서 크고 작게 일어나는 사망, 폭발 사고들은 듣는 순간 놀라기는 해도 문제의 근원은 미국 정치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해 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러 인종이 모여있기에 더더욱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바로 여기,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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