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싱(소독) 좀 해 주세요”
간호사나 의사들이 다른 사람에게 환자의 환부를 소독해 달라고 부탁하는 말이다. 응급실에 있으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외상을 입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 소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25일(화) 밤 10시경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실은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급박한 응급실의 상황과는 다르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환자를 돌보고 차트를 기록한다. 환자가 병실로 옮겨지면 또 새로운 환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이 시간 응급실에는 인턴 3명, 레지던트 2명, 간호사 4~5명이 대기하고, 급한 문제가 있으면 다른 의사와 간호사를 더 호출할 수 있다. 의사들은 아침 8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8시 30분까지 교대없이 근무하고, 간호사들은 3교대를 한다.

 보호자 대기석에 앉아있는 보호자는 거의 없고 불안한 마음에 환자 옆에서 서성거리는 보호자가 대부분이다. 응급실 안에는 20개 정도 되는 침대에 6명 정도의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있다. 간호사와 의사들은 데스크와 병상을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다. 급한 환자들 속에 의사와 간호사들의 표정은 경직돼 있다. 환자 대기실에서는 환자를 걱정하며 울고 있는 보호자를 쉽게 볼 수 있고 환자 곁에서 간호하는 보호자들도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이곳에 있는 실려 온 환자들의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분초를 다투는 듯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있는 환자는 곧 병실로 옮겨졌고, 몹시 괴로운 표정으로 몸을 뒤척이던 환자는 X레이실로 이동할 기력이 없어 의사들이 기계를 옮겨와 X레이촬영을 하기도 한다. 반면, 경미한 손 부상으로 금방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환자도 있고, 안정을 찾은 듯 보호자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환자도 보인다. 그 옆으로는 위급한 환자는 누운 자리에서 커튼을 치고 응급수술을 받기도 한다.

 의사들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거나, 컴퓨터 앞에 서서 전산화된 환자들의 차트를 보며 진단과 처방을 하고 있다. 능숙하게 환자를 보는 레지던트 사이로 아직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인턴도 볼 수 있다. 환자에게 맞는 약이나 처방에 대해 인턴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한 레지던트는 “공부 좀 하라”며 인턴을 다그친다. 인턴은 장난스럽게 다그치는 레지던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인다.

 발에 피가 철철 나는 아기를 데리고 온 아기의 아버지는 의사가 빨리 처방을 해주지 않자 “치료가 늦어 힘줄 끊어져서 못 걸으면 어떡하냐”며 흥분한 모습이다. 언제 응급환자가 도착할지 몰라 항상 여분의 침대를 마련해 두어야 하는데, 비응급환자로 분류돼 경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이 ‘침대가 남는데 왜 못 눕게 하느냐’며 불만을 가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급히 뛰쳐나온 부모들을 얼떨결에 따라온 어린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른채 응급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입원이 결정된 환자들이 병실로 이동해서 좀 한가해졌는가 싶었더니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환자 들어가요!”라는 외침과 함께 응급실 문이 열린다. 밤늦게 일하느라, 특히 의사는 24시간 교대하지 않고 근무해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도 한단다. 환자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는 이들은 오늘도 밤을 잊은 채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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