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접해온 ‘탐정’의 공식 명칭은 ‘민간조사원’이다. 민간조사원 즉, PI(Private Investigator)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민간조사협회(www.pikorea.org)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400여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중이다. 이들의 65%정도는 기업 내 보안 사고, 부정비리사건 등 기업에 위험을 초래할 만할 사건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5%정도는 법률사건조사와 증거자료 수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민간조사원제도가 법제화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민간조사원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현재 스페인, 프랑스, 독일, 호주, 미국 등의 선진국은 모두 민간조사원 제도를 법제화했다. 이들 나라에선 민간조사업체가 기업화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2개의 ‘민간조사업법’ 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제적인 민간조사업체들은 주로 기업의 안전관리, 기업실사, 지적재산권 보호를 맡고 있다. 세계최대의 민간조사회사로 알려진 핑커튼(Pinkerton)사는 약 800여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직원의 횡령, 뇌물상납, 직장내 성폭력 등의 문제를 관리한다. 기업의 인적자원관리를 통해 기업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간의 계약, 인수합병 및 투자활동에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상대기업의 재무실적, 직원평가, 사업내용을 조사 · 분석한다. 현재 다국적기업에선 내부인에 의해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에 민간조사원과 계약을 체결해 비밀리에 사건을 조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김상균(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문제가 복잡 · 전문화되면서 형사 · 사법기관은 일반국민이 원하는 사법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조사원은 기업문제, 산업스파이, 보험, 교통사고 등 전문적 조사기법이 필요한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민간조사원의 제도화는 30만개 정도의 일자리도 만들어 낼 것”이라 전망했다.

경찰 측도 민간조사원제도의 도입을 바라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력만으로는 해결이 힘든 사건을 민간조사원이 보완할 수 있다”며 “각국에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 민간조사원은 인터폴에 가입돼있지 않은 나라로 범죄자가 도피하더라도 경찰보다 손쉽게 범죄자를 추적해낸다”고 말했다.

 

 

 

 

 

 

 

보험사기조사에서도 민간조사원은 유용히 활용된다. 대한손해보험협회 안병재 상무는 “현재 보험사기로 인해 2조원 정도의 보험금 손실이 나고 있고, 이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금의 10~15%를 차지한다”며 “보험사기 문제의 해결은 보험료 인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법기관의 업무부담을 덜고 지능적으로 추진되는 보험사기의 해결방안으로 ‘민간조사원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또한 ‘제3자 배상책임보험’ 중 하나인 자동차 보험 사기의 경우엔 민간조사원이 더욱 절실하다. 안 상무는 “현행 제도를 따르면 보험조사단은 가입자 및 피보험자 등 보험과 관련 있는 이들만 조사가 가능하다”며 “외국에선 민간조사원이 보험가입과 관계없는 제3자도 조사를 할 수 있어 자동차 보험사기 범죄를 더욱 쉽게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조사원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심부름센터의 불법활동으로 인한 피해 근절을 위해서다. 제도의 부재로 마땅한 민간조사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 심부름센터는 사건조사와 증거자료수집 등 민간조사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격규정이 없어 누구든 운영이 가능한 심부름센터는 개인뒷조사, 신상정보 유출, 도청을 비롯 청부살인 · 납치 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민간조사원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민간조사협회에선 도청, 몰래카메라 사용 및 불법행위 시엔 그 자격을 박탈한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민간조사원 제도를 만들어 심부름센터가 불법적인 조사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며 “불법적 활동을 하는 심부름센터로 인해 선량한 민간조사원까지도 이미지상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2개의 법안 모두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는 설립에서 운영까지 이를 관리 · 감독할 수 있는 법령이 없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8만명이 넘는 민간조사원이 활동 중인 일본도 탐정관련 불법행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됨에 따라 지난해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한편, 대한민간조사연합회 정진근 운영이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사권리를 국가만 소유하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민간에게도 조사권리를 주되, 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사생활 침해 문제는 모든 전문가들이 반드시 보완해야한다고 지적하는 사안이다. 외국에선 ‘택배 회사직원을 사칭해 조사 할 수 있다’ 등의 항목도 명시하는 등 민간조사원의 행동범위를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발의된 2개 법안에선 ‘개인에 관한 정보 중 사생활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를 넣었으나 이에 대한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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