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서기동반이 단속을 벌이고 있다<사진=신수영 기자>
지난 1월 부산에선 지하철 행상이 단속을 벌이던 역무원을 끌어안고 선로 안으로 뛰어드는 사건이 있었다. 단속 역무원은 몸싸움 끝에 겨우 선로를 빠져나와 다행히 생명을 구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1분여 뒤에 들어온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부산 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에선 지난 21일(수) 객실 내 상행위를 상습적으로 벌이던 행상 6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 가운데는 최고 147회나 적발된 이가 있었으며, 나머지도 100회 이상 적발됐거나 단속 당시 폭력을 행사했던 이들이었다.

서울지역의 지하철에서도 지하철 행상과 이들을 단속하는 공익근무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공익근무요원이 지하철 행상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져 지하철 행상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고, 행상이 조직화돼 지하철 운영기관에선 전문 단속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지난 2004년 만들어진 질서기동팀의 청원경찰 47명과 공익근무요원 63명을 각각 3개조, 2개조로 나눠 지하철 행상을 단속하고 있다. 지하철 5~8호선을 담당하는 도시철도공사는 올해 초 창설된 질서관리단과 55명의 공익요원이 2개조로 나뉘어 단속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들어 지난 22일(목)까지 1216명의 지하철 행상을 적발해 692명을 고발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올해 1월~3월에 객실 내 상행위 2019건을 적발해 이 중 414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평균 건수로 따지면 하루당 20여건 정도다.

근무시간 내내 지하철에서 상주하는 단속요원들은 지하철 행상을 적발해 퇴거 조치를 하거나 ‘인근소란’ 명목으로 경찰에 고발한다. 고발 조치가 이뤄지면 경찰에선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한다. 그러나 범칙금 3만원으로 지하철 행상의 상행위를 막지는 못한다. 대부분이 생계형인 지하철 행상은 범칙금을 내더라도 계속 판매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질서기동팀 박기영 차장은 “2005년 법개정 이후 기아바이에 대한 처벌이 약화되면서 단속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5년에 ‘철도법’이 ‘철도 안전법’으로 개정되면서 지하철 행상 규제와 관련된 조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2005년 이전에 적용된 ‘철도법’엔 지하철 내의 물건 판매에 대해 최대 3개월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관련법 개정과는 무관하게 단속요원들은 지하철 행상을 적발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속요원은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먹고 살기 위해 물건을 파는 기아바이를 무작정 단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폭력조직의 관리를 받는 일부 지하철 행상들은 단속이 더 어렵다. 실제로 공익근무요원이 지하철 행상을 단속하는 도중 폭력조직이 개입해 경찰 출동하기도 했다. 공익근무요원 노현호(남 · 25) 씨는 “무작정 기아바이를 단속하기보다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지하철 상행위를 적발하려는 단속반과 이를 피하려는 기아바이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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