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안암 하늘을 가로지른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안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빛은 잠깐 반짝이다 금세 사라진다. 그 짧은 순간에 원하는 소원을 떠올리고 빌었다면 정말 절실한 것일 테다. 만약 소원이 이뤄진다면 별똥별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 덕분이지 않을까. 하동근 기자 hdnggn@
중랑천 산책로에선 버드나무가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잎을 흔들며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자전거를 타고 꽃을 피운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마치 봄 녘 농촌 풍경 한 폭이 그려진다. 중국에는 떠나는 이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풍습이 있다. 계절이 변하고 봄은 떠나지만, 버드나무는 여전히 이 자리에 우뚝 서 내일도 찾아올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언젠가부터 한껏 짧아진 봄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건넨다.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한희안 기자 onefreaky@
지난 12일 서울 응원OT가 열린 화정체육관에서 학우들이 새 학기의 첫 페이지를 물들였다. 어두운 관내를 환히 밝히는 불빛이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우들에게 마음속 깊이 남길 바란다. 붉은 기억들이 별무리처럼 빛나 우리가 헤쳐 나갈 터널을 비춰 주길. 우리의 열정은 저물지 않고 청춘은 더욱 붉게 타오른다. 진송비 기자 bshnfj@
사진은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는 예술이다. 인화지에 필름을 덧댄 뒤 빛을 쬐면 필름의 상을 따라 인화지가 타면서 사진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암실은 외부의 빛을 막기 위해 항상 어둡다. 지금 당장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아도 희망을 놓지 말자. 아름다운 것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탄생한다. 하동근 기자 hdnggn@
지난 22일 모두가 잠든 새 내린 2월의 마지막 함박눈. 때 타지 않은 소복한 길을 걷던 누군가의 작은 발자국이 눈에 띈다. 늦겨울의 시린 바람을 가로지르는 비행 전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잠깐의 휴식이었을까. 방배동 구석진 골목에 세 개의 발자국만 남긴 채 훨훨 날아가 도착한 그곳엔 푸른 잎이 만발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시 돌아올 땐 우리에게도 봄을 데려다 다오. 한희안 기자 onefreaky@
지난 6일, 서울 노원구청부터 지하철 노원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로수들이 곱게 단장했다. 가을을 지나 앙상한 가지만 남긴 나무를 감싼 알록달록한 색동옷, 주민들이 직접 수놓은 작품이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뜬 손뜨개 속 포근함이 한겨울의 길거리에 은은하게 퍼진다. 추운 겨울 가로수 옆을 지나며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마음이 저 손뜨개처럼 따뜻해지길 바란다. 진송비 기자 bshnfj@
크리스마스 트리가 안암역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상록수는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으로 한겨울에도 초록빛을 다시 내뿜는다. 언제나 싱그러움을 유지하는 상록수는 우리에게 희망이자 위안이다. 힘들고 지쳤던 일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빛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보자. 항상 푸른 저 상록수처럼. 하동근 기자 hdnggn@
지난 23일 추운 겨울밤, 아직 시험 기간이 아니어도 백주년기념관 불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한 학생이 백주년기념관에서 나와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눈앞 글씨에 몰두한다. 찬 바람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불철주야 열심히 하는 당신들에게 원하는 결과가 찾아오길. 틈틈이 소소한 행복과 쉼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길. 염가은 기자 7rrlo@
땅- 땅-건널목에 경적이 울린다. 곧이어 빨간불이 켜지고 차단기가 내려오자 열차의 소음이 귓가를 가득 메운다. 갈 길을 재촉하던 택배기사도, 쌩쌩 달리던 차도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우리 삶에도 수많은 건널목이 있다. 마음 급히 달리다가도,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아무렴 어떤가.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만이라도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해 보자.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에 잡념을 담아 보내버리자. 언젠가 다시 파란불이 켜질 때, 그때 다시 힘차게 출발하면 된다. 하동근 기자 hdnggn@
코스모스(Cosmos)는 질서와 조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에서 유래됐다. 꽃잎 8개가 질서 있게 자리 잡은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창조주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빚었다고 전해진다. 한없이 가늘고 연약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강해 태풍 등으로 꽃대가 쓰러져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다른 꽃과 얽히지 않고 독립적으로 피는 코스모스는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다채로운 코스모스는 비로소 가을이 왔다는 것을 또렷이 느끼게 해준다. 염가은 기자 7rrlo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는 물속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 그 모습을 만지려 손을 대자 물에 비친 얼굴은 흐트러졌다. 결국 그는 물속의 자신을 껴안으려는 욕심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음을 맞이했다. 강에 비친 풍경은 선명하다. 하지만 곧 바람에 강물이 일렁이자 풍경은 사라지고 만다. 그토록 바라고 욕심내던 것들은 어쩌면 강물에 비친 허상과도 같지 않을까. 우리는 나르키소스가 아니다. 한순간의 일렁임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빠져버려선 안 된다.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동근 기자 hdnggn@
지난달 28일, 동서울 터미널은 추석 연휴를 맞아 방방곡곡 흩어지는 사람들로 붐볐다. 매표소 앞 할머니 한 분이 짐을 내려놓은 채 멍하니 누군가를 기다린다. 바쁜 발걸음과 기대로 가득 찬 터미널엔 다양한 목적과 이야기가 교차한다.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가느라 분주하지만, 명절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마음에 품고 있다. 행복도 건강도 보름달처럼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셨길. 염가은 기자 7rrlo@
성북구 달동네, 북정마을.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거린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젠 한적하기만 하다. 우연히 마주한 빈집엔 철거를 알리는 X 표시가 선명하다. 갈라진 담벼락과 무성한 이파리에선 왠지 모를 쓸쓸함도 묻어난다. 누군가의 영원한 터전일 줄 알았던 곳도 그 수명이 점차 다해가고 있다. 북정마을도 언젠가는 사진으로만 기억될까. 그렇게 사라지면, 삶의 흔적마저도 무의미해질까. 하동근 기자 hdnggn@
지난 정기 고연전에서 골을 넣은 럭비 선수들이 환희하고 있다. 세리머니는 경기 시간 중 짧은 시간 동안만 허용된다. 짧은 세리머니의 순간에서도 열정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사소한 순간도 ‘세리머니’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작은 일도 소중히 여겨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보자. 인생의 작은 순간마다 세리머니를 즐긴다면, 삶은 더욱 황홀한 여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염가은 기자 7rrlo@
본교 정경대 후문 골목에 누군가 고추를 말리기 위해 늘어놓았다. 고추는 뜨거운 햇빛 아래 점차 말라가지만, 수분이 줄어 매운맛이 진해지고 풍미가 더해진다. 힘든 순간을 겪은 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위기를 기회의 순간으로 만들자. 더 강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자. 손제윤 기자 hands@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안희연 시인의 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 지난달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걸렸다.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시간도 한 편의 풍경이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올림픽공원에서 세 사람이 푸른 언덕을 오르고 있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그들의 이번 여름 앨범에 기록됐으리라. 다가오는 2학기에 맞이할 새 풍경도 그렇게 우리들의 앨범을 채워주지 않을까. 하동근 기자 hdggn@
30℃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날, 방학에도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방학의 시간은 저마다 다른 리듬을 갖고 있다. 커피 한 모금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열정과 영감이 어우러져 내면의 열정이 깨어나기도 한다. 마음의 여유와 노력이 빛을 발할 때, 결실은 찾아온다. 손제윤 기자 hands@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 한 노인이 현충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6월 6일 현충일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영웅을 기리는 날이다. 오전 10시 정각, 그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전국에 1분간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기념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김민경 기자 min@
지난 24일, 석탑대동제 부스 ‘너의 이름은’을 방문한 학생들이 점자로 이름 스티커를 만들고 있다. 콜라 캔에 박힌 점자 ‘탄산’. 음료 이름이 정확하게 박혀있지 않아 아쉽지만, 평소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넘겼던 작은 말이다. 더 나은 배려를 생각하며 점자를 새기는 학생들. 오늘 하루는 손끝으로 마음을 읽어요. 염가은 기자 7rrlo@
세종캠퍼스 잔디광장에 드리워진 나무그늘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요즘 들어 부쩍 더워진 날씨에 몸은 힘들지만, 청명한 햇빛과 짙어지는 녹음에 눈은 즐겁다. 설렘의 3월, 벚꽃의 4월을 지나 5월의 캠퍼스는 푸릇한 싱그러움이 몰려오고 있다. 김태윤 기자 orgn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