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람일수록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지고, 갈수록 꿈을 키우며, 못난 사람일수록 애초에 허황된 꿈을 꾸다가, 시간이 갈수록 움츠러든다. 내가 부임한 2004년 졸업반이었던 한 학생은 학자의 꿈을 키웠으나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해서 꿈을 접어야만 한다고 했다. 나는 호되게 그를 꾸짖으며 꿈을 버리지 말라고 했고 머뭇거리던 학생은 이내 MIT, 영화 오펜하이머 때문에 알려진 Los Alamos National Lab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지금은 해외 명문대에서 교수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결국 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이룬
국내외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졌다. 극심한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야기할 뿐 아니라, 국내외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과 분쟁의 관계를 연구한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 1966~)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류가 이렇게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했던 방식은 대규모 전쟁, 급진적 혁명, 국가 실패, 치명적인 전염병 등의 폭력적인 사건이었다. 1900년대 초의 심각한 불평등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2500~500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 그리고 공산 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90
새 학기를 맞아 학교가 들떠있다. 2월까지 잠잠했던 캠퍼스가 점심, 저녁 밥약으로 북적이고 하나둘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들은 활기를 더한다. 매일 같이 있는 행사들로 학교는 오늘도 조용할 틈이 없다. 화려한 동아리박람회 부스, 1초 만에 마감되는 합동응원전 티켓 배부는 모두의 관심사지만 민주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선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제54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는 유효 투표율 33.33%를 넘기지 못해 무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는 학생 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함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투표소로
배드민턴이 질려 테니스를 배우러 가던 날, 누군가 그랬다. "MZ들이 그런 운동 많이 한다더라." 밤샐 때마다 마시는 녹차가 떨어져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을 때도 누가 그랬다. "MZ들이 차를 그렇게 좋아한다며?" 할머니 집에 있던 약과를 아메리카노와 먹고 있을 때도 그랬다. "MZ들이 약과에 미친다더라."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MZ가 안 하는 건 뭘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인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개념의 탄생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선 우후죽순으로 이 단어를 사
○···호형들, 감사 인사를 드릴 게 있소. 주황 조끼 걸친 우리 기자들이 동박 부스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을 때, 기꺼이 '뻥스크림'을 받아줘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오. 근래 몇 주간 보내준 성원에도 가슴이 따뜻했소. 성원이 꼭 박수갈채만을 뜻하는 건 아니오. 우리에겐 손가락질도 귀중하오. 호형들이 자기 의견을 가지고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것, 이 얼마나 진기하되 아름다운 풍경이오? 그 공론장 한가운데 우리가 자리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오. 참, 기사를 넘어 기자에게도 관심이 쏠렸다지?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소. 기자 개인에 대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7조원을 넘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학생 수가 7만명가량 줄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더 늘어난 것이다. 조사에 N수생은 포함하지 않았기에 실제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30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교육비가 늘어난 이유로 급격히 바뀌는 입시 정책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킬러 문항 출제 배제를 선언했다. 급격한 출제 기조 변화에 사교육 의존도가
송민제 전문기자
1992호 1면 기사는 전공의 파업 후 고려대 병원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진료를 받지 못해 생기는 환자들의 어려움과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았다. 기사에 환자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의료공백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는 것 이상으로 비상 의료대책의 허점을 메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았다면 심층적인 기획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건의 원인이 된 전문의 사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생략됐다. 취재 협조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 예상해 보지만, 안암병원 전공의들의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 봤겠지만 마음에 드는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망설임에서 시작된 물음이기에 A를 택하자니 B가 아쉽고 B를 고르자니 C가 눈에 밟히는 갈등이 내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심해지면 나한테 선택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까지 든다. 이럴 때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옛사람들이 남긴 고전 속에 해답이 들어 있다. 소문난 식사의 기본은 맛있게 먹는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놓고 갈등이 생길 때 짬짜면으로 해결하듯 딱히
새 학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출근 시간 지옥철을 타고, 등교하고, 교양·전공 수업을 들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항상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대학로 카페 ‘메리그린’이다. 고려대 정문에서 273번 버스를 타고 혜화역에 내려 조금 걷다 보면 금방 ‘A MERRY GRIN’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혜화에는 2층에 위치한 카페들이 많은데, 메리그린도 그중 하나다. 열심히 계단을 올라가면 메리그린의 상징이 그려진 포스
ChatGPT·딥엘, 새로운 AI 번역 대세AI는 선택·결정 능력 부족 교육 현장도 기계번역 사후교정 집중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선 AI가 번역가의 미래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기계번역이 일반화되면서 번역가는 꾸준히 ‘사라질 직업’으로 예견돼왔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AI가 대체할 지식노동자 1위로 번역가와 통역사가 꼽혔다. 일각에선 번역가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인공지능은 아직 문학작품을 번역할 수 있는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번역가들은 AI와 공존하며 전문번역 영역에서
14일 오후 5시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석림회(회장=최석무 교수) 장학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1970년 고려대 교수들이 설립한 석림회는 회원 교수의 급여에서 일정액을 적립해 조성한 기금으로 단과대별 자체 기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다. 올해 1학기에는 학부생 45명, 법학전문 대학원생 1명이 석림회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장학금 총액은 약 1억2천만원이다. 최석무 석림회장은 “스승과 제자는 고려대라는 이름으로 연결돼 있다”며 “졸업 후에도 우리의 연대는 변치 않는다”고 말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송귀민(간호대 간호23)